친한 친구가 결혼식 축사를 부탁해왔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내가 축사를 해줄 적임자라는데, 당황했지만 이런 영광이 어디있겠는가. 한 번도 해본적 없는 결혼식 축사지만 승낙해버렸다. 평소 글쓰는 걸 좋아해서 이런저런 글을 많이 써왔지만 축사는 처음이라 많은 예시를 보고 공부를 했다. 오늘은 친한 친구의 결혼식 축사를 쓰며, 축사 쓰는 방법, 축사 팁 등을 기록으로 남겨본다.
목차(Contsnts) 1. 결혼식 축사 기본 형식 2. 결혼식 축사 작성 원칙 3. 결혼식 축사 팁 4. 맺음말
결혼식 축사 기본 형식
요새는 주례없는 결혼식이 대세인 것 같다. 그러다보니 주례 선생님이 축사를 하는 경우보다 신랑 신부의 부모님이나 친구가 축사를 하는 경우가 많고, 친구 중에는 신부측 친구의 축사가 가장 많은 것 같다. 그래서 대부분 축사가 전문적이지 않은 것 같다.
나도 삼십대에 접어들면서 수 많은 결혼식을 다녔고 다니고 있는데, 결혼식 축사를 한 번씩 듣다보면 정말 깔끔하고 기분 좋은 축사도 있는 반면, 기본 형식도 없이 자기들만 아는 지극히 개인적인 에피소드를 얘기하다가 감정에 북받쳐서 혼자서 우는 바람에 하객들은 다소 어리둥절한 경우도 종종 본다.
신랑 또는 신부와 깊은 사이라 그런 것은 이해하지만, 결혼식은 기본적으로 공적인 자리이고 결혼식의 시간도 보통 3~40분 내외로 정해져있는 만큼 어떤 글을 쓰던 기본 형식은 지키는 것이 내용이나 시간적인 면에서 좋다고 생각한다.
결혼식 축사의 기본 형식은 다음과 같다.
1. 서문 (30초 내외)
1) 하객들에게 인사
2) 자기소개, 감사인사
2. 본문 (2분 내외)
1) 내 심정, 입장
2) 신랑(또는 신부)에게 전하는 메세지 또는 당부의 말
3) 신부(또는 신랑)에게 정하는 메세지 또는 당부의 말
3. 마무리 (30초 내외)
1) 부부에게 전하는 덕담
2) 마무리 인사
위의 형식을 지키면서 대략 2~3분 길어도 5분 안으로 끝마치는 것이 좋다. 보통 앞, 뒤로 결혼식이 있고 사진찍는 시간을 제외하면 30분 내외로 결혼식이 끝나는 만큼 축사가 길어져서 5분을 넘기는 것은 전체 결혼식 진행에 방해가 될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참고로 직접 글을 쓰고 소리내서 연습하며 시간을 재어보면 알겠지만 보통 3분 정도의 분량은 A4 1장내외의 분량이다. 위의 형식을 지키면서 분량 내로 글을 쓰려면 긴 에피소드는 지양하는 것이 좋다.
물론 위의 형식은 기본 형식일 뿐 정답은 없고, 결혼식의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수정하는 것도 필요하다.
결혼식 축사 작성 원칙
결혼식 축사 예문 등을 검색하면 예시들이 많이 나오지만 잘 쓴 축사도 있는 반면, 형편없는 축사도 많다. 부족한 축사는 대부분 아래의 작성 원칙을 지키지 않은 축사들이다. 예시들을 참고하는 것도 좋지만 참고할 때에도 아래의 축사 작성 원칙을 잘지켰는지를 점검해보자. 물론 작성 형식처럼 역시 정답은 아니다.
1. 축사의 분위기를 먼저 정하라
기본적으로 축사의 분위기는 전체 결혼식 분위기와 맞아야 한다. 신랑신부의 나이, 직업, 결혼식 장소가 실내인지, 야외인지 등 결혼식의 다양한 요건을 고려하여 축사의 분위기를 정해야한다.
예를 들어 신랑신부의 나이가 좀 많은 편이라던지, 직업이 사회적으로 진중함이나 엄숙함을 요한다던지 하는 경우에는 하객들을 고려하여 너무 장난스럽고 가벼운 분위기의 축사는 민폐가 될수도 있다. 반대로 결혼식 장소가 야외라던지, 호텔의 파티같은 결혼식에서 너무 진중한 축사는 역시 결혼식의 분위기와 맞지 않을 것이다.
직접 판단하기 어려우면 축사를 맡긴 신랑, 신부에게 어떤 분위기의 축사를 원하는지 물어보는 것이 좋다. 또한 본인이 딱히 웃기는데에 큰 재주가 없다면 차라리 무난하게 가는 편이 좋다고 생각한다.
2. 축사의 목적은 신랑 신부에게 좋은 평판을 만들어주는데 있다.
축사의 첫 번째 목적이 축하라면, 바로 두 번째 목적은 신랑과 신부가 이렇게나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하객들에게 알려주어 좋은 평판을 만들어주는데 있다. 그래서 괜히 축사로 웃겨보겠다고 신랑 또는 신부에게 망신이나 창피가 될만한 에피소드로 두 사람의 평판을 깎아내리는 축사는 최악의 축사가 된다. 가령 어릴 때 같이 야동을 봤다던가, 클럽 나이트 등을 같이 갔다던가, 남자친구, 여자친구를 많이 사겼다던가 하는 식의 언급으로 웃기려는 짓은 절대 금물이다.
가장 좋은 축사는 간접적인 방식으로 두 사람을 띄워주는 축사이다. 신랑 또는 신부의 인품이 드러날만한 무난한 에피소드를 통해서 두 사람을 간접적으로 칭찬하는 것이 좋다.
3. 둘만 아는 너무 개인적인 에피소드는 지양한다.
축사를 하는 사람은 대부분 신랑 또는 신부 한 쪽과 친한 사람일 것이다. 그렇다면 절반의 하객은 축사하는 사람과 신랑 또는 신부와 개인적인 친분은 없을 것이며, 나머지 절반의 하객 중에도 두 사람의 지극히 개인적인 에피소드에 깊게 공감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둘만 아는 일화를 얘기하며 감정에 휩싸여서 울기 시작하면 대부분의 하객들은 어리둥절하고 공감보다는 웃음이 터지게 된다. 에피소드를 선택할 때는 신랑, 신부에게 공감이 될 뿐만 아니라 듣는 하객들도 어느정도 공감할 수 있는 에피소드를 가지고 와야한다.
4. 확인을 받아라.
축사는 결혼식의 일부이다. 감동을 주겠다고 괜히 혼자 가지고 있다가 당일에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신랑 신부가 전체적인 내용을 미리 알 수 있도록 축사를 전달해서 확인을 받아라. 이때 대본만 보내는 것이 아니라 녹음본을 함께 보내서 시간 등도 같이 체크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좋다. 또한 신랑 신부가 내용에 피드백을 할 수 있도록 결혼식에 너무 임박하지 않게 보내야 한다.
5. 단어와 문장 사이에 미리 띄어읽을 부분을 표시하라.
녹음본을 만들어서 보내면서 단어와 단어사이, 문장 사이 등에 슬래시(/)로 띄어읽을 부분을 표시해두자. 우리는 글을 적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결국 육성으로 발화를 해야하기 때문에 미리 표시를 해두는 것이 좋다.
6. 폰트는 12pt이상으로 강조할 부분이나 잘 읽히지 않는 부분은 볼드체(두꺼운 글씨)로 표시하라.
실내에서 종이로 적을 때에는 10포인트 글씨체가 읽는데 전혀 문제가 없지만, 결혼식 장에는 조명이 어두울수도 있고, 긴장하다보면 작은 글씨체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 미리 큰 글씨체로 적고, 강조할 부분 또는 읽었을 때 버벅이는 부분은 볼드체로 표시해두자.
결혼식 축사 팁
결혼식 축사를 잘 적었다면, 이제는 실전이다. 결혼식 축사를 발표(?)하는데 있어서도 알고있으면 좋은 팁들을 적어보았다.
1. 축사 전달은 손편지로 하자.
축사를 써서 읽는 것은 A4에 적어서 읽더라도, 신랑신부에게 전달하는 축사 마저도 A4에 적힌 것을 주어서는 안된다. 전달은 정성스럽게 적은 손편지로 전달하자.
2. 말하듯이 축사하라
긴장을 하다보니 축사를 하는 사람들이 적어온 축사 대본에 시선을 고정한 채, 국어책 읽듯이 축사를 줄줄 읽는 사람들이 있다. 축사는 말하듯이 자연스럽게 발화하자.
3. 한 번씩 신랑 신부나 하객을 처다보라
축사를 하면서 대본보다는 최대한 신랑 또는 신부 그리고 하객들을 보려고 노력해야한다. 그렇게 하려면 어느정도 대본을 숙지를 해야하는 것은 필수다.
4. 자세를 당당하게 하라.
보통의 경우 무대가 익숙한 사람은 아마 얼마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다보니 어디 끌려나온 사람처럼 구부정하고 위축된 모습으로 발표를 하는 경우가 있다. 당당하게 어깨를 펴고 밝은 모습을 유지하며 축사하라.
5. 미리 카메라로 찍어서 본인을 보자.
축사를 하기전에 2~4번이 지켜지는지 미리 본인의 카메라로 찍어서 본인의 축사를 들어보라. 내가 결혼식의 하객이 되어서 내 축사를 본다는 생각으로 한 번 찍은 영상을 보면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목소리는 적당한지, 말의 빠르기는 괜찮은지, 자세나 호흡, 눈 깜빡임은 불안하지 않은지 혼자 글로 읽을 때보다 촬영한 영상을 보면 훨씬 쉽게 알 수 있다.
맺음말
오늘은 결혼식 축사를 직접 쓰면서 생각한 결혼식 축사 작성 원칙과 축사 팁 등을 적어보았습니다. 예시로 제 축사를 올릴수도 있지만, 축사 예시를 자꾸 보다보면 봤던 것과 비슷한 글을 쓰게되고 핍진한 본인의 글이 나오지 않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되도록 양식이나 원칙을 참고해서 본인의 글을 축사로 쓰셨으면 좋겠습니다. 그것이 진정한 축하이며 영예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상입니다.